[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⑲80년대 소년 가슴 설레게 한 '러브코미디' 만화 작품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 2018.05.12 06:00:00
만화 '터치', '오렌지로드', '전영소녀' 등 러브코미디 작품은 1980년대 소년 시절을 보냈던 3040 아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대표적인 만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영소녀 단행본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명작이라 평가되는 1980년대 러브코미디 만화의 매력은 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소녀 여주인공과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연예의 설래임에 대한 대리만족, 개성 넘치는 주변 인물이 만들어내는 배꼽을 잡게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등에 있다. 제아무리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도 재미가 없다면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러브코미디 작품은 남녀의 사랑만 이야기하고 여성 독자 중심으로 그려지는 소녀 만화와 궤를 달리한다. 주로 소년·청년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연애의 설레임보다 재미를 중시한다. 만화 '전영소녀'의 경우 아슬아슬한 성적묘사와 사실적인 남녀 심리를 표현해 성인층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고 불린다.

3040세대 아재들이 소년시절 가슴을 설레게 했던 1980년대 러브코미디 대표작을 살펴봤다.

◇ 시끌별 녀석들 (1978~1987)

바람둥이 남자 고등학생 '모로보시 아타루'와 우주에서 온 미소녀 '라무'와의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어낸 만화 '시끌별 녀석들(うる星やつら)'은 국내에서는 '란마1/2' 시리즈로 더 유명한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高橋留美子)의 대표작이다.

▲시끌별 녀석들 여주인공 ‘라무’와 남자주인공 아타루. / 야후재팬 갈무리

1980년대 '러브 코미디' 만화 작품의 대명사로 통하던 시끌별 녀석들은 2017년 기준으로 단행본이 2억권이나 판매될 만큼 전 세계 대중에게 오랜시간 사랑을 받았다.

시끌별 녀석들의 매력은 호피 무늬 비키니에 롱 부츠를 신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외계 미소녀 '라무'를 첫 번째로 꼽지만, 만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개성이 강하고 저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여있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인기 요소다.

1978년부터 1987년까지 거의 10년간 대중을 웃게 했던 이 작품은 1980년대 당시 만화 업계는 물론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코믹마켓은 물론, 미국의 코믹콘까지 팝컬처 이벤트에서는 아직도 여주인공 라무 코스프레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시끌별 녀석들 만화 마지막 편 일부. / 야후재팬 갈무리

아타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라무의 여정은 만화 마지막 편에서도 "평생을 걸고서라도 (좋아한다고) 말하게 할 거야"라는 말로 마무리하는 등 끝없이 이어질 두 사람의 사랑싸움을 암시했다.

시끌별 녀석들은 애니메이션·게임·연극 등 다채로운 매체로 콘텐츠가 만들어진 작품이다. TV애니메이션의 경우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218화 분량이 제작됐으며, 극장 애니메이션도 6개 작품이 만들어졌다.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감독은 1983년작 극장판 '시끌별 녀석들 온리 유'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 미유키 (1980~1984)

만화 '터치', 'H2', '러프'와 함께 만화가 아다치 미치루(あだち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미유키(みゆき)'는 주인공 와카마쯔 마사토와 이름이 같은 두 명의 여주인공 '미유키'의 삼각관계를 그린 청춘 러브코미디 작품이다.

▲미유키 만화 단행본 와이드판 1권 표지. / 야후재팬 갈무리

이 만화는 '삼각관계'를 소재로 했지만, 사실상 피가 섞이지 않은 여동생 미유키에 대한 주인공의 사랑을 그렸다.

이 점은 원작자인 아다치도 인정한 바 있다. 아다치는 일본 잡지 다빈치 인터뷰에서 "단순하게 귀여운 여동생을 만화로 그리고 싶었을 뿐이다"며 "여동생이 없는 자신의 망상의 결과물이다"라고 만화에 탄생 배경에 대해 실토한 바 있다.

▲미유키 만화 일부. / 야후재팬 갈무리

만화 미유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마사토의 여동생 미유키는 오빠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수개월 뒤 부친이 머물고 있는 필리핀으로 건너가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 메존일각 (1980~1987)

20대 젊고 아름다운 미망인 여성과 사회인 준비생 청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메존일각(めぞん一刻)'은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 작품답게 여주인공의 매력은 한껏 올리고 개성 강한 주변 인물로 웃음을 채우는 작품이다.

▲메존일각 여주인공 ‘오토나시 쿄코’. / 야후재팬 갈무리

만화 여주인공 '오토나시 쿄코'의 매력은 2014년 인터넷 만화 서비스 e북재팬이 실시한 '크리스마스에 데이터 하고 싶은 캐릭터' 여성 부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는 등 34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도 퇴색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메존일각의 무대는 쿄코를 젊은 미망인으로 만든 고등학교 시절 테니스 강사 소이치로가 남긴 낡은 일각관(一刻館)이며, 시대 배경은 1980년대다. 만화에서는 주인공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는 1980년 초반 미국발 경제불황으로 수출이 정체된 당시 일본 사회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메존일각 만화 마지막 편 일부. / 야후재팬 갈무리

만화 결말은 러브코미디 작품인 만큼 헤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두 사람은 맺어져 어느 해 봄날 '춘향(하루카)'이란 이름의 예쁜 딸을 얻는다.

▲애니메이션 메존일각 다섯 번째 오프닝곡 '히다마리'. / 유튜브 제공
당시 인기작이던 메존일각은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 2년간 96편 분량의 콘텐츠가 제작됐다. 1987년 10월 현지 방영된 메존일각 77화 오프닝 곡으로 쓰였던 가수 무라시타 코우조우(村下孝蔵)의 '히다마리(陽だまり)'는 지금도 명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 터치 (1981~1986)

1981년 공개된 만화 '터치(タッチ)'는 만화가 아다치 미치루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린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터치 여주인공 ‘아사쿠라 미나미’. / 야후재팬 갈무리

타츠야와 카즈야 두 형제와 한 명의 여주인공인 아사쿠라 미나미의 삼각관계를 그린 이 작품은 고등학교 야구를 소재로 삼았지만, 야구는 전체 이야기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평가될 만큼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과거 일본의 야구 소재 만화가 열혈 청춘 스토리에 집중한 것과 큰 차이점을 보인다. 일본 만화 업계는 터치가 이후 등장하는 야구 만화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한다.

만화 터치는 2008년 기준 단행본만 2억부가 팔린 인기작이다. 여주인공 미나미는 일본 사회에 '리듬체조'를 알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터치. / 야후재팬 갈무리

만화가 아다치는 제목의 '터치'가 달리기경기 등에 쓰이는 '바통 터치'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만화는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형인 타츠야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야기가 급변하는데, 형에서 동생으로 사랑 이야기의 중심이 옮겨가는 것을 제목에서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 변덕쟁이 오렌지로드 (1984~1987)

만화 '터치'를 제외하고 국내 3040 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 바로 '변덕쟁이 오렌지로드(きまぐれオレンジ☆ロード)'다.

▲오렌지로드 여주인공 ‘아유카와 마도카’. / 야후재팬 갈무리

오렌지로드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 '카스가 쿄우스케'와 불량소녀인 척 하지만 예쁜 외모와 고운 심성을 가진 여주인공 '아유카와 마도카', 그리고 그녀를 따르던 여자 후배 '히야마 히카루'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주인공 쿄우스케는 차례차례 닥쳐오는 사랑의 위기를 집안 대대로 이어지는 초능력을 이용해 해결한다. 개성 강한 등장인물과 초능력이란 소재는 자칫 지루하게 진행될 수 있는 러브스토리를 재미있게 꾸미는 요소다.

▲오렌지로드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만화 오렌지로드의 최대 매력은 여주인공 '마도카'에 있다. 오렌지로드 애니메이션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마도카의 특징을 살려 다수의 곡을 사용했고 그 중 몇 곡은 애니메이션 마니아 사이서 명곡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오렌지로드 애니메이션 오프닝엔딩 영상. / 유튜브 제공
'팔방미인'으로 평가받는 마도카는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참여한 일본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캐릭터 디자이너 타카다 아케미(高田明美)의 손길을 거치면서 원작 만화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재탄생 했다.

▲오렌지로드 만화 마지막편 일부. / 야후재팬 갈무리

한편, 오렌지로드 만화책은 2000만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 란마½ (1987~1996)

만화 '란마 2분의 1(½)'은 남자 주인공 란마가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여자로 변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았다. 1980년대 당시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다.

▲란마½ 일러스트. / 라쿠텐 갈무리

중국 무술수행 중 소녀가 빠져 죽었다는 낭익천(娘溺泉)에 빠진 뒤 여자로 수시로 변하는 란마는 '성전환'이라는 과거 러브 코미디 만화에서 맛볼 수 없던 신선한 소재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의 대표작인 '시끌별 녀석들'의 차기작으로 그려진 란마½ 는 일본에서만 단행본 기준 5300만부 이상 판매됐으며, 2007년 기준 22개국 19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주요국에 소개됐다.

▲란마½ 일러스트. / 핀터레스트 갈무리

란마½의 주인공은 여주인공이 돋보이는 다른 러브 코미디 작품과 달리 남자여자 주인공의 매력을 모두 지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란마의 약혼녀인 텐도 아카네가 여주인공 역할을 충실히 맡고 있지만, 캐릭터의 매력 면에서는 주인공 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다.

만화로 407화, TV애니메이션은 총 161화 분량이 제작된 란마½은 2010년 단편 애니메이션이 새로 만들어지는 등 아직도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 전영소녀 (1989~1992)

러브 코미디 만화가 예쁜 여주인공으로 소년의 시선을 끄는 것이라면 '전영소녀(電影少女)'만한 작품이 없다.

▲전영소녀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만화가 카츠라 마사카즈(桂正和)가 그린 여주인공의 모습은 1980년대 소년이던 3040 아재들의 가슴을 뛰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일본에서만 단행본 기준 1400만부 이상 판매된 만화 '전영소녀'는 원작자인 카츠라에게도 만화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라 평가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전영소녀 만화 한 장면. / 하테나블로그 갈무리

전영소녀는 여자 운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던 남자 주인공 '코테우치 요우타'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출입할 수 있다는 비디오 대여방(고쿠라쿠)에서 빌린 비디오테잎에서 재생된 여주인공 '아마노 아이', 그리고 요우타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또 다른 여주인공 모에미와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전영소녀 만화 한 장면. / 하테나블로그 갈무리

이 만화는 성(性)적인 묘사가 제한되는 소년만화잡지에서 이야기의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 남녀의 심리묘사를 극대화해 남성은 물론 여성층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아슬아슬한 신체묘사와 사실적인 남녀 심리묘사는 당시 일본의 야마구치현에서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정될 정도였다.

▲전영소녀 만화 한 장면. / 하테나블로그 갈무리

만화는 첫 번째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아이 편'과 또 다른 비디오걸 '모모노 렌'의 이야기를 담은 '렌 편'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아마노 아이'의 이야기만 제작됐고, 원작의 7년 뒤의 이야기를 담은 렌 편이 인기를 끌지 못한 관계로 대중들의 머릿속의 전영소녀는 사실상 아이의 이야기만 기억된다.

#전영소녀 #란마 #메존일각 #시끌별녀석들 #러브코미디 #만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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