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식의 밀리터리 프라모델 세계] ‘F-14’에 대한 추억과 미군의 전쟁교리 변화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 2018.04.29 06:00:00
1986년작 영화 '탑건'으로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미해군 전투기 'F-14 톰캣' 전투기는 이른바 '조립식 모형'이라 불리는 프라모델에 있어서도 '영원한 고전'으로 통한다. 그 인기는 모델러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절대적이다.

영화 '탑건'은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F-14 전투기가 2006년 가을 퇴역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아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현재, 미 해군은 항공 전술기를 모두 'F/A-18 호넷' 계열로 통일했다. 수적으로 보면 'F/A-18E/F' 수퍼 호넷과 재래형 호넷인 'F/A-18C'가 2 대 1 정도다. 이른바 '50전술기 항공단' 체제의 도입으로 공중전과 지상 공격을 모두 할 수 있는 만능기체를 주력으로 한 결과다.

▲F-14 톰캣 전투기 일러스트. / 한국타미야 제공

하지만 F-14도 1990년대 폭격에 초점을 맞춘 폭장형(소위 '봄캣') 도입 후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호넷 계열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긴 항속 거리와 무장 탑재력, 초저공 고속침투 능력 등 슈퍼 호넷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배치될 'F-35C' 스텔스 전투기를 제외하면 지금도 명실상부 '사상 최강의 함상전투기'가 바로 F-14 톰캣이라 할 수 있다.

◆ 우수하다 평가 받은 F-14 톰캣 전투기가 퇴역한 까닭

미해군은 이렇게 우수한 F-14 전투기를 왜 퇴역시킨 것일까.

그 사연은 1980~1990년대 미해군 주력 공격기던 'A-6E 인트루더'(영화 '최후의 출격'에 등장한 기체)의 퇴역 시기(1995년경 대부분 퇴역하고 1997년 3월에 마지막 기체가 퇴역)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기 스텔스 공격기인 'A-12 어벤저II' 개발 취소 후 미 해군 항공대의 공격 전력은 미묘한 상황을 맞이했다. 근본적으로 A-12의 개발 취소는 냉전종식에 따른 군비 축소와 직결되는 것이고, 군비축소라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기를 사고 유지할 수 있는 돈이 없다는 의미다.

▲A-6E 인트루더 프라모델. / 야후재팬 갈무리

A-6E 인트루더는 기체 노후화로 순차적인 퇴역이 불가피했고 이를 대체할 기체 또한 '돈이 없으므로' 여러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F/A-18 호넷'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F/A-18 호넷은 근본적으로 경전투기에 속하는 기체이므로 무장 탑재력과 항속거리 면에서 본다면 A-6E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항속거리는 간단히 말해 무기의 사정거리다. 사정거리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적의 공격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본부가 공격당하지 않는 거리에서 출격해 멀리 날아가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니 중요한 것이다.

▲F/A-18 호넷. / 위키피디아 제공

무장 탑재력은 과거 5발을 넣고 쏘는 볼트 액션 소총과 30발 탄창을 갖고 쏘는 현대의 돌격소총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총알을 많이 갖고 있으면 그만큼 오래 전투를 벌일 수 있고 그만큼 승리할 가능성도 높다.

인트루더의 퇴역으로 인한 항속거리와 무장 탑재력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미 해군은 일차적으로 F-14 톰캣을 대지공격기로 변신시켰다.

F-14는 A-6E 만큼은 아니더라도 MK.84 폭탄(2000파운드급 폭탄) 4발을 탑재할 수 있고, 우수한 초저공 고속침투 능력과 공중전 능력 등 여러가지 장점을 가졌다. A-6E의 공백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역시 '돈이 없으니' F-14에 대한 대지공격 능력의 향상은 랜턴 포드를 이용한 레이저 유도폭탄 운용에 그쳤다. 그나마 랜턴포드 장착 갯수도 총 81대에 불과했다. 기체의 노후화로 더 이상의 탑재는 포기한 채 슈퍼 호넷으로 교체되고 만다.

▲F-14 톰캣 전투기 프라모델. / 타미야 제공

F-14를 F/A-18F 수퍼 호넷으로 교체하는 것 또한 무장 탑재력과 항속거리 문제로 큰 논란이 됐다. 근본적으로 F/A-18E/F 수퍼 호넷이 기존 재래형 호넷에 비해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아프간 공습작전인 엔듀어링 프리덤 작전과 2003년 이라크 전쟁 결과 보여준 F-14의 우수한 폭장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기종별 공헌도로 본다면 미 본토에서 출격하는 B-2 스텔스 폭격기보다 낫다고 할 정도였다. 이와는 반대로 실전에서의 슈퍼 호넷은 무장탑재능력과 항속거리가
F-1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미해군에서도 이러한 논란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이므로 F-14 톰캣을 퇴역시키고 슈퍼 호넷을 배치한 것 또한 졸속한 처사라고는 볼 수 없다. 여기에서 미군 전체의 사고의 변화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① 미군은 전쟁에서 단 한사람도 사망해서는 안된다. 적국 사망자는 얼마라도 상관없다.
② 이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포화가 난무하는 전장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고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염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역시 전쟁의 목적은 승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사실을 무시한 채 전투를 벌이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미군은 '단 한 사람도 사망하지 않기 위해' 순항미사일, 스텔스 병기, 무인 공격기 등을 이용한 공격을 위주로 하고, 유인 전투기나 지상군은 조금이라도 위험할 수 있으면 투입하지 않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A-6E 인트루더의 퇴역 이유는 공중전 성능이나 고속 성능이 없으니 격추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가 될 것이고, F-14의 퇴역 이유 또한 적진 상공으로 날아갔을 경우 격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굳이 전장으로 직접 날아가지 않으면 자신이 격추될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항속거리라는 것이 결국 적진 깊숙히까지 날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니 그냥 적진 깊숙히까지 안날아가면 된다. 적진까지 날아가지 않으면 긴 항속거리는 물론 공중급유도 논할 필요가 없다.

병기는 멀리서 발사할 수 있는 사정거리가 긴 미사일을 사용한다. 사정거리가 긴 미사일을 사용한다면 역시 멀리 날아갈 필요가 없고 자신이 격추당할 위험 역시 없다. 여기서 바로 F-14 톰캣이 퇴역한 이유가 나온다.

전쟁교리의 변화는 병기의 명칭에서도 나타나는데, 다음 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은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 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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